siva님이 어느 날 밤 휘딱 던져주신 중세 복식 색칠공부책(.....)에서 눈이 번쩍 뜨여 인용한 14세기 프랑스 귀족 여인의 복식. 옷은 5000원 넘어가면 다 비싸다 생각하며 플리트와 플레어도 구분 못하는 중증의 패션치 주제에 갑자기 복식 타령은 뭔 놈의 복식 타령이냐고요. 아놔 내가 이걸 왜 붙였겠어요. 요즘 내 정신상태를 보쇼. 불보듯 뻔하잖아. 알기 쉬운 뇬이라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변태라 죄송합니다.
그러나 뻘짓에 쓸데없게도 전 존재와 목숨을 다 걸고 사는 텍스트광 KISARA가 그림 하나만 덜렁 붙이고 끝날 리가 없었으니....
뒷일은 보장 못합니다(....)
세간에는 계수나무의 기사(Knight of Cinnamon)로 더욱 유명한 영국왕실의 계관시인(Poet Laureate) 3대 블랙애더 백작 케네스 킬스턴(Kenneth Killstern, 3rd Earl of Blackadder, 1564년 6월 26일~1608년 5월 26일)에게 진정 불멸의 명성을 안겨준 것이 그의 사후에야 비로소 공개된 152편의 소네트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영문학자는 극히 드물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그의 소네트에는 총 세 명의 인물, 즉 미청년(Fair Youth), 다크 레이디(The Dark Lady), 그리고 백기사(White Knight)가 등장하는데, 개중 1편부터 126편까지는 미청년을, 127편부터 152편까지는 다크 레이디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백기사는 이곳저곳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된다. 이들이 과연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단순히 저자의 상상의 산물일 뿐인지, 소네트가 시인의 실제 삶을 어디까지 반영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격심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 Fair Youth
시인이 126편에 달하는 소네트를 통해 로맨틱하고 달콤한 언어로 이 미상의 젊은이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가장 초기의 소네트들, 즉 1~17편에서는 개인적 친분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으며, 시인은 오히려 청년에게 가정을 꾸리고 그를 닮은 어여쁜 아이를 두기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를 여름의 한나절에 비유하리다(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로 시작하는 저 유명한 18편부터 시인의 언어는 극적으로 변한다. 특히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네트 20편을 보자.
많은 영문학자들은 소네트 20편이야말로 킬스턴 백작과 청년 사이에 호모섹슈얼한 관계가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나머지는 플라토닉 러브 혹은 일종의 부성애일 뿐이라 반박하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기실 엘리자베스 시대에 한 남성이 동성의 친우에게 깊은 사랑과 애정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으므로 킬스턴 백작의 성적 정체성을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시인은 소네트 속에서 청년을 육체적으로 '소유'하기를 원치 않으며 정신적인 교감에 만족한다고 강변한다. 오로지 후기의 다크 레이디에게 부치는 소네트만이 성적인 관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매우 근엄성실했던 백작의 생활상을 고려해볼 때, 당시의 사회적 금기를 두려워하여 차마 드러내놓지 못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20편 이후의 소네트는 대부분이 이들 관계의 부침(浮沈)과 굴곡을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간간히 등장하는 백기사가 청년을 도발하고 좋지 못한 무언가를 불어넣어 타락을 조장하는 것을 보고, 시인과 청년 사이의 알력과 다툼을 목격한다. 이야기는 시인이 다크 레이디와 정사를 가졌을 때 절정에 달하고, 청년이 다크 레이디에게 매혹되고 무릎을 꿇었을 때 그들의 친교(親交)도 아마 끝장난 것으로 보인다. 스펜더(Spender)는 <시인의 서술을 신뢰할 경우 문제의 청년은 지극히 '관능적'이고 '음란한' 기질을 지녔으며, 그러한 성향을 가진 인물과의 사귐에서 육체적 열락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믿기는 힘들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네트 56~57편에서 시인은 친우가 그를 속이고 배신한다 한탄하는데, 이쯤 되고 보면 예의 <배신>이 단지 감정적인 것에 국한되며 결코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 '미청년'이 과연 누구인지도 초유의 관심사이다. 수많은 이들이 나름의 증거를 제시하며 온갖 후보들을 내세웠다. 한 예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W.H.씨의 초상(The Potrait of Mr. W.H.)은 문제의 청년이 소년 배우 윌리엄 휴즈라는 상상에 기반을 둔 작품이고, 새뮤얼 버틀러는 '미청년'을 선원으로 단정했으나, 개중에서도 킬스턴 백작의 열렬한 팬이자 후원자였던 3대 사우스댐턴 공작 헨리 리즐리(Henry Wriothesley)가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다. 리즐리는 아름다운 금발과 푸른눈을 지닌 대단한 미남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2002년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백작의 개인 서한이 다수 발굴되고 공개됨에 따라 헨리 리즐리 설은 급격히 설득력을 잃고 새로운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데, 그에 대해서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 The Dark Lady
소네트 127~152편, 일명 '다크 레이디 편'에서 시인의 어조는 다시 한 번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앞서 청년에게 부쳤던 소네트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열정적이며 애정에 넘쳤던 데 비해 다크 레이디 편은 노골적으로 섹슈얼하고 (138편에서 lie를 이중적 의미로 사용한 시인의 솜씨를 보라) 음울하며 음습하며 어둡다. 시인은 다크 레이디의 불륜을 뻔히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커녕 단순히 '무시'하며 심지어는 얼마간 냉담한 체념을 보이는 한편으로 다크 레이디에게 깊이 매료된 나머지 부정한 그녀에게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한다. 시인의 정처없는 방황은 소네트 151편에서 그 자신의 가장 '고귀한 부분', 즉 영혼에 등진 이러한 관계를 더는 지속할 수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마침내 끝을 보고, 소네트 152편에서 독자는 그들의 인연이 종막을 맞는 순간의 목격자가 된다.
다크 레이디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그녀는 부정한 여인이고, 충실하지 않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속이고,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다. 시인은 그녀를 '희끄무레한 빛깔'(아마도 병적으로 창백한 피부였으리라)과 '한밤의 갈가마귀처럼' 새까만 머리채의 여인으로 그려냈고, 때문에 그녀는 후세에 <다크 레이디>로 알려졌다. <미청년>만큼이나 <다크 레이디>의 정체에 대해서도 온갖 억측이 난립한다. 엘리자베스 1세의 여관이었던 메리 피튼(Mary Fitton), 한때 엘리자베스 1세의 시녀였으며 매춘굴을 운영한 루시 모건(Lucy Morgan), 킬스턴 백작의 또다른 후원자였던 헌스던 경의 정부 에밀리아 라니에르(Emilia Lanier) 등 무수한 여인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현재는 그린하일랜드의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Lady Sinead Trybulant of Greenhighland)(?~1599년 4월 14일)라는 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레이디 시니드는 '전 유럽에서 가장 유혹적인 여자', '왕족과 귀족들의 창부', '흑발의 마녀'로 악명이 자자했던 당대 제일의 팜므파탈이다. 무수한 시인과 화가와 극작가들이 윤기 있는 흑발, 어두운 녹색의 눈동자, 창백한 얼굴과 비할 데 없는 요염함을 지닌 이 여인을 마음의 뮤즈로 삼고 그들의 재능을 기꺼이 바쳐 주옥같은 작품을 빚어냈다. 스스로도 예술적인 소양이 뛰어나고 박식하며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교양을 쌓았다고 전해지나, 정작 그녀의 출신지와 내력은 하나같이 베일에 싸여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1593년 레이디 시니드가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왔다는 사실뿐이다. 그 이전에 그녀가 어디서 무얼 했는지에 대해서는, 술탄이 총애하는 미희였다는 풍문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뜬소문과 억측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
세간은 레이디 시니드의 품에 한 번 안긴 남자는 세상 모든 여자에 대한 흥미를 잃고 그녀의 노예로 전락한다고 수군거렸으며, 기록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세 명이 그녀에게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자살했다. 마침내는 마술로 뭇 남자들을 홀린다는 혐의로 1599년 마녀재판에 회부되기에 이른다. 평소 몹시 병약했던 그녀는 첫 번째 심문 후 병석에 눕고 말았는데, 여러 번 연기된 끝에 두 번째 심문이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4월 14일 아침 침대에서 칼에 스물네 번 찔린 무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신에는 심지어 능욕의 흔적마저 뚜렷했으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이 센세이셔널한 사건은 유럽 전역을 뒤흔들고 한동안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질투에 미친 자의 치정살인이라는 단순한 추측에서부터 마녀재판에서 레이디 시니드를 빼돌리고자 그녀의 무수한 정부(情夫) 중 하나였던 어느 유력한 왕족이 벌인 연극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온갖 낭설이 자자했으나, 어떠한 확증도 없는 이상 진실은 아마도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킬스턴 백작은 레이디 시니드가 살해당한 후 충실한 시종 엘리자베스와 더불어 칩거에 들어가 1608년 사망할 때까지 공석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 White Knight
흔히 백기사(White Knight)는 팔라딘, 즉 성기사(聖騎士)를 의미하지만, 소네트 속의 백기사는 세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미청년을 조롱하고 도발하여 오만 악덕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다크 레이디와 질펀한 정사를 벌이기도 하는, 백기사는커녕 오히려 지옥에서 올라온 심술궂은 악마 같은 이 사내는 누구인가. 갖은 설이 어지럽게 나도는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백기사의 경우 가장 강력한 후보에서 학자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한다. 바로 악명 높은 아이르기드 슬레인 경(Sir Airgead Slayin, 1564년 10월 10일~?)이다.
아일랜드의 3대 세습기사직 중 하나인 White Knight의 작위(9대)를 물려받은 슬레인 경은 당대의 기술과 드물게 남은 몇 안되는 초상화에 따르면 은발적안의 매우 특이한 외모였으며(아마도 알비노였으리라. 다만 보기 드문 색깔과는 상관없이 생김새 자체는 상당한 미형이었다), 아울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후려대는 절조없는 바람기와 신앙심 따위 엿먹으라는 식의 칠칠치 못한 생활태도로 인해 악마숭배자라는 비난을 사면서도 하등 개의치 않아 더욱 악명이 높았다. White Knight라는 그의 별명에는 작위와는 별개로 '보기에는 하얗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빈정거림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었던 듯하다. 특히 그와 레이디 시니드 사이의 추문은 장안에 모르는 자가 없다고 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스캔들이었다.
단 소네트 속에서 백기사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백작의 근엄하기 짝이 없는 성격을 고려하면 다소 놀라운 일이긴 하되, 슬레인 경과 킬스턴 백작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즉 백작이 평소 행실이 그다지 좋지 않은 친우를 모델로 소네트 속의 백기사를 창작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소네트가 시인의 실제 삶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 아닌 거의 순수한 픽션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여겨진다.
● 캐롤라인 K. 위어디언 교수(Professor Caroline K. Weirdian, 기버리쉬톡Giberrishtalk 대학교 중세영문학 연구소 'I Love My Willy' 소장)가 제시한 설
위어디언 교수는 2002년 대량으로 발견된 킬스턴 백작의 서한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미청년>의 정체는 6대 스프링윈드 공작(6th Duke of Springwind)의 장남인 시빌렌 테네그리티 자작(Viscount Sevilen Tenegrity, 1570년 8월 10일~1589년?)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그녀의 가설은 그때까지만 해도 제일 유망한 후보였던 헨리 리즐리를 제치고 학계 전반에서 상당한 지지를 끌어모았다.
테네그리티 자작은 어린 나이에 이미 수완이 비상하고 총명하며 놀라운 수준의 학식을 쌓아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으며, 특히 결벽하면서도 묘하게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미모로 유명했다. 다만 자작은 기록에 따르면 엄연한 흑발녹안이었으므로 Fair Youth(Fair=금발벽안)의 외견적 조건에서부터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랐으나, 위어디언 교수는 Fair를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매력적인'/'완전한'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킬스턴 백작이 자작 앞으로 보낸 편지는 무려 백 스물 두 통에 달하는데, 최초의 날짜는 1576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옷을 잘 여미고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시시콜콜한 잔소리에서부터 인생 선배로서의 엄격하되 애정이 넘치는 충고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여, 시인이 여섯 살 연하의 소년을 마치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개중 한 통은 여덟 장에 걸쳐 가정을 꾸리고 이끌어나가는 여인들의 미덕을 찬미한 후 자작에게 결혼의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있어 소네트 1~17편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작 자작 본인은 19세 되던 해 여행을 겸해 유럽으로 건너간지 3개월만에 영영 소식이 두절되었다. 부친 스프링윈드 공작이 필사적으로 찾아헤맸으나 베네치아에서 승선했던 배가 해적에게 습격을 받은 듯하다는 애매모호한 정보만을 입수했을 뿐 소년의 행방은 끝끝내 알 수 없어 많은 이들을 비탄에 빠뜨렸다. 때문에 테네그리티 자작 설(說)에 부정적인 학자들은 자작이 정말로 Fair Youth였다면 어째서 시인이 소네트에서 이 불행한 사건에 애도의 뜻을 전혀 표하지 않았는지를 의문시한다. 그에 대해 위어디언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실로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시빌렌 테네그리티 자작이야말로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의 정체라는 것이다.
테네그리티 자작이 행방불명된 해는 1589년,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가 영국으로 온 해는 앞에서 서술했다시피 1593년이므로 일단 시기적인 모순은 발생하지 않으나, 자작의 초상화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부분 파기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는 왼쪽 옆모습을 그린 스케치에 가까운 단 한 점뿐이다. 한편 레이디 시니드의 경우 다수의 초상화가 남아 있기는 하되 무슨 까닭에서인지 현존하는 어느 그림에서도 왼쪽 얼굴을 볼 수 없다. 처음부터 오른쪽 옆얼굴만을 그리지 않으면 비스듬한 각도 혹은 정면상일 경우 예외없이 부채로 가린 모습을 보여준다. 왼쪽 눈 근처에 커다란 상처가 있다거나 심지어 얼굴 절반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 세기의 세월이 흘러 초상화에밖에 의지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객관적으로 두 인물의 외모를 비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겠다. 단 육안에 의지하여 무표정하게 오연한 소년과 색기어린 미소를 띤 여인을 살펴보자면,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되 양자(兩者)의 흑발과 녹색 눈, 하얀 얼굴과 전체적 윤곽선이 매우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한편 일군의 학자들은 최첨단 분석 프로그램을 동원한 결과, 불완전하게나마 골격과 귀의 형태가 상당한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스프링윈드 공작이 오랜 벗에게 보낸 편지 중에 <평판이 좋지 않은 그 여자(=레이디 시니드)가 죽은 내 아들과 닮았다고 수군거리는 천박한 자들>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구절이 보이는 바 당시에도 어느 정도 그러한 인식이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파격적이다 못해 과격하기 짝이 없는 설은, 당연한 결과로, 다수의 맹비난과 소수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시빌렌 테네그리티와 시니드 트리뷸런트가 한 사람이라면(양쪽 모두 이니셜이 S.T.이다!), 즉 Fair Youth와 Dark Lady를 별개의 인물이 아닌 동일 인물로 보고 텍스트를 해석해야 한다면, 자칫하면 대부분의 학자들은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판이므로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학계에서 폭넓은 동의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문제의 가설을 염두에 두고 미청년과 다크 레이디의 불륜, 혹은 시인 내면의 격렬한 싸움을 읊은 소네트 144편을 재독할 경우 행간에 숨은 의미가 바로 180도 달라지고 만다. 시인이 사랑했던 고귀한 Fair Youth는 여지없이 타락하여 부정한 Dark Lady가 되었고, 백작은 그 기막힌 상황을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진상은 어떠한가. 위어디언 교수의 주장은 과연 사실인가? 만일 그렇다면 공백의 4년 동안 대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레이디 시니드가 실상 '남자'였다면 적어도 마녀재판에 회부될 이유로도 살해동기로도 충분한 셈이지만, 현재로서는 단서가 너무나 빈약하여 더 이상의 추론은 불가능하다. 다만 테네그리티 자작은 베네치아 인근에서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상인의 손에 넘어가 터키로 팔려갔고, 스스로의 기지로 4년만에 유럽으로 돌아오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영국에 있는 누군가, 아마도 상당한 유력자가 배후에서 납치극을 조종했던 까닭에 본래의 신분 대신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를 가장하고 보복의 기회를 엿보아야만 했다……는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레이디 시니드는 슬레인 경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문진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갈겼고, 슬레인 경은 레이디 시니드를 우격다짐으로 침실에 끌고 들어갔다고 한다. 슬레인 경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모른다. 아마도 진실은 시인과 그의 Fair Youth, 그리고 Dark Lady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그의 소네트에는 총 세 명의 인물, 즉 미청년(Fair Youth), 다크 레이디(The Dark Lady), 그리고 백기사(White Knight)가 등장하는데, 개중 1편부터 126편까지는 미청년을, 127편부터 152편까지는 다크 레이디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백기사는 이곳저곳에서 단편적으로 언급된다. 이들이 과연 실존 인물인지 아니면 단순히 저자의 상상의 산물일 뿐인지, 소네트가 시인의 실제 삶을 어디까지 반영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격심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 Fair Youth
시인이 126편에 달하는 소네트를 통해 로맨틱하고 달콤한 언어로 이 미상의 젊은이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가장 초기의 소네트들, 즉 1~17편에서는 개인적 친분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으며, 시인은 오히려 청년에게 가정을 꾸리고 그를 닮은 어여쁜 아이를 두기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를 여름의 한나절에 비유하리다(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로 시작하는 저 유명한 18편부터 시인의 언어는 극적으로 변한다. 특히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네트 20편을 보자.
- 소네트 20 -
A woman's face with Nature's own hand painted
자연의 여신이 손수 물들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Hast thou, the master-mistress of my passion;
소유한 그대, 내 정열의 주인이자 여주인이여,
A woman's gentle heart, but not acquainted
그대는 여인의 부드러운 마음을 가졌으나
With shifting change, as is false women's fashion;
세상의 여자들과 달라 변덕스럽고 부정하지 아니하다오.
An eye more bright than theirs, less false in rolling,
그대의 눈은 여인들보다 영롱하되 불순하게 방황하지 않으니
Gilding the object whereupon it gazeth;
그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을 밝게 비추는구나.
A man in hue, all 'hues' in his controlling,
색채를 지닌 이여, 모든 색채를 발치에 무릎 꿇리는 이여
Much steals men's eyes and women's souls amazeth.
남자의 시선을 매료하고 여자의 영혼을 뒤흔드는 이여.
And for a woman wert thou first created;
본디 그대는 여성으로 창조되었으나
Till Nature, as she wrought thee, fell a-doting,
그대를 빚던 자연이 불같은 사랑에 이끌려
And by addition me of thee defeated,
무익한 것을 더함으로써 그대를 앗고 나를 좌절케 하였으니
By adding one thing to my purpose nothing.
그 하나로 인하여 희망은 무너지고 나는 그대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음이다.
But since she prick'd thee out for women's pleasure,
허나 자연은 여인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대를 선택하였은즉,
Mine be thy love and thy love's use their treasure.
그대의 몸을 여인들의 재보로 하되 그대의 마음은 나와 함께 하리라.
A woman's face with Nature's own hand painted
자연의 여신이 손수 물들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Hast thou, the master-mistress of my passion;
소유한 그대, 내 정열의 주인이자 여주인이여,
A woman's gentle heart, but not acquainted
그대는 여인의 부드러운 마음을 가졌으나
With shifting change, as is false women's fashion;
세상의 여자들과 달라 변덕스럽고 부정하지 아니하다오.
An eye more bright than theirs, less false in rolling,
그대의 눈은 여인들보다 영롱하되 불순하게 방황하지 않으니
Gilding the object whereupon it gazeth;
그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을 밝게 비추는구나.
A man in hue, all 'hues' in his controlling,
색채를 지닌 이여, 모든 색채를 발치에 무릎 꿇리는 이여
Much steals men's eyes and women's souls amazeth.
남자의 시선을 매료하고 여자의 영혼을 뒤흔드는 이여.
And for a woman wert thou first created;
본디 그대는 여성으로 창조되었으나
Till Nature, as she wrought thee, fell a-doting,
그대를 빚던 자연이 불같은 사랑에 이끌려
And by addition me of thee defeated,
무익한 것을 더함으로써 그대를 앗고 나를 좌절케 하였으니
By adding one thing to my purpose nothing.
그 하나로 인하여 희망은 무너지고 나는 그대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음이다.
But since she prick'd thee out for women's pleasure,
허나 자연은 여인의 즐거움을 위하여 그대를 선택하였은즉,
Mine be thy love and thy love's use their treasure.
그대의 몸을 여인들의 재보로 하되 그대의 마음은 나와 함께 하리라.
많은 영문학자들은 소네트 20편이야말로 킬스턴 백작과 청년 사이에 호모섹슈얼한 관계가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나머지는 플라토닉 러브 혹은 일종의 부성애일 뿐이라 반박하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기실 엘리자베스 시대에 한 남성이 동성의 친우에게 깊은 사랑과 애정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었으므로 킬스턴 백작의 성적 정체성을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시인은 소네트 속에서 청년을 육체적으로 '소유'하기를 원치 않으며 정신적인 교감에 만족한다고 강변한다. 오로지 후기의 다크 레이디에게 부치는 소네트만이 성적인 관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매우 근엄성실했던 백작의 생활상을 고려해볼 때, 당시의 사회적 금기를 두려워하여 차마 드러내놓지 못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20편 이후의 소네트는 대부분이 이들 관계의 부침(浮沈)과 굴곡을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간간히 등장하는 백기사가 청년을 도발하고 좋지 못한 무언가를 불어넣어 타락을 조장하는 것을 보고, 시인과 청년 사이의 알력과 다툼을 목격한다. 이야기는 시인이 다크 레이디와 정사를 가졌을 때 절정에 달하고, 청년이 다크 레이디에게 매혹되고 무릎을 꿇었을 때 그들의 친교(親交)도 아마 끝장난 것으로 보인다. 스펜더(Spender)는 <시인의 서술을 신뢰할 경우 문제의 청년은 지극히 '관능적'이고 '음란한' 기질을 지녔으며, 그러한 성향을 가진 인물과의 사귐에서 육체적 열락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믿기는 힘들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네트 56~57편에서 시인은 친우가 그를 속이고 배신한다 한탄하는데, 이쯤 되고 보면 예의 <배신>이 단지 감정적인 것에 국한되며 결코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 '미청년'이 과연 누구인지도 초유의 관심사이다. 수많은 이들이 나름의 증거를 제시하며 온갖 후보들을 내세웠다. 한 예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W.H.씨의 초상(The Potrait of Mr. W.H.)은 문제의 청년이 소년 배우 윌리엄 휴즈라는 상상에 기반을 둔 작품이고, 새뮤얼 버틀러는 '미청년'을 선원으로 단정했으나, 개중에서도 킬스턴 백작의 열렬한 팬이자 후원자였던 3대 사우스댐턴 공작 헨리 리즐리(Henry Wriothesley)가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다. 리즐리는 아름다운 금발과 푸른눈을 지닌 대단한 미남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2002년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백작의 개인 서한이 다수 발굴되고 공개됨에 따라 헨리 리즐리 설은 급격히 설득력을 잃고 새로운 후보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데, 그에 대해서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 The Dark Lady
- 소네트 138 -
When my love swears that she is made of truth
나의 사랑, 나의 연인이 정절을 맹세하였을 적에
I do believe her, though I know she lies,
거짓을 말함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를 믿었으니,
That she might think me some untutor'd youth,
연인은 나를 물정 모르는 젊은이,
Unlearned in the world's false subtleties.
세상에 만연한 허위와 위선을 경험치 못한 자로 여겼으리라.
Thus vainly thinking that she thinks me young,
그녀는 나의 좋은 날이 이미 과거로 흘러갔음을 알면서도
Although she knows my days are past the best,
내 젊음을 덧없이 과신하였고,
Simply I credit her false speaking tongue:
어리석게도 나는 그녀의 기망에 찌든 혀를 신뢰하여,
On both sides thus is simple truth suppress'd.
우리는 모두 불편한 진실에서 그저 눈을 돌리고 외면하였다.
But wherefore says she not she is unjust?
그러나, 어찌하여 그녀는 제 불충실함을 고백하지 않는가.
And wherefore say not I that I am old?
어찌하여 나는 내 나이 이미 젊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가.
O, love's best habit is in seeming trust,
오, 사랑이란 본디 진실을 가장하는 것.
And age in love loves not to have years told:
나이든 연인들은 제 나이 밝히기를 꺼려하는 법.
Therefore I lie with her and she with me,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였고 그녀는 나에게 거짓을 속삭였으되,*
And in our faults by lies we flatter'd be.
서로에게 속삭인 기만의 말이 각자의 허물을 덮어주는구나.
※여기서의 lie는 '거짓말하다'와 '눕다'의 이중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따라서 본 구절은 다음과 같이도 해석된다.
<나는 그녀와 누웠고 그녀는 나와 동침하였다>.
- 소네트 147 -
My love is as a fever, longing still
나의 사랑은 열병과 같아
For that which longer nurseth the disease,
질환을 부추기는 원인을 한결같이 갈망하고
Feeding on that which doth preserve the ill,
병을 악화시키는 이유를 소망하여
The uncertain sickly appetite to please.
사악하고도 병적인 욕망을 채우고자 한다.
My reason, the physician to my love,
나의 이성, 내 사랑의 주치의는,
Angry that his prescriptions are not kept,
처방전을 따르지 않음을 크게 비난하며
Hath left me, and I desperate now approve
그예 나를 떠났으매 나는 단지 절망적으로 반추할 뿐
Desire is death, which physic did except.
이성이 용납하지 않는 욕망은 곧 죽음일진저.
Past cure I am, now reason is past care,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이성은 치료를 포기했으니,
And frantic-mad with evermore unrest;
광기에 내몰린 나의 마음에는 잠시의 휴식조차도 없노라.
My thoughts and my discourse as madmen's are,
나의 사고와 나의 말은 미치광이의 그것이매,
At random from the truth vainly express'd;
진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하릴없이 헤매고 있느니.
For I have sworn thee fair and thought thee bright,
보라, 나는 그대가 올바르고 별빛처럼 투명하다 맹세하길 주저하지 않았은즉,
Who art as black as hell, as dark as night.
그러나 그대는 지옥보다 검고 한밤보다 어둡구나!
When my love swears that she is made of truth
나의 사랑, 나의 연인이 정절을 맹세하였을 적에
I do believe her, though I know she lies,
거짓을 말함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를 믿었으니,
That she might think me some untutor'd youth,
연인은 나를 물정 모르는 젊은이,
Unlearned in the world's false subtleties.
세상에 만연한 허위와 위선을 경험치 못한 자로 여겼으리라.
Thus vainly thinking that she thinks me young,
그녀는 나의 좋은 날이 이미 과거로 흘러갔음을 알면서도
Although she knows my days are past the best,
내 젊음을 덧없이 과신하였고,
Simply I credit her false speaking tongue:
어리석게도 나는 그녀의 기망에 찌든 혀를 신뢰하여,
On both sides thus is simple truth suppress'd.
우리는 모두 불편한 진실에서 그저 눈을 돌리고 외면하였다.
But wherefore says she not she is unjust?
그러나, 어찌하여 그녀는 제 불충실함을 고백하지 않는가.
And wherefore say not I that I am old?
어찌하여 나는 내 나이 이미 젊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는가.
O, love's best habit is in seeming trust,
오, 사랑이란 본디 진실을 가장하는 것.
And age in love loves not to have years told:
나이든 연인들은 제 나이 밝히기를 꺼려하는 법.
Therefore I lie with her and she with me,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였고 그녀는 나에게 거짓을 속삭였으되,*
And in our faults by lies we flatter'd be.
서로에게 속삭인 기만의 말이 각자의 허물을 덮어주는구나.
※여기서의 lie는 '거짓말하다'와 '눕다'의 이중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따라서 본 구절은 다음과 같이도 해석된다.
<나는 그녀와 누웠고 그녀는 나와 동침하였다>.
- 소네트 147 -
My love is as a fever, longing still
나의 사랑은 열병과 같아
For that which longer nurseth the disease,
질환을 부추기는 원인을 한결같이 갈망하고
Feeding on that which doth preserve the ill,
병을 악화시키는 이유를 소망하여
The uncertain sickly appetite to please.
사악하고도 병적인 욕망을 채우고자 한다.
My reason, the physician to my love,
나의 이성, 내 사랑의 주치의는,
Angry that his prescriptions are not kept,
처방전을 따르지 않음을 크게 비난하며
Hath left me, and I desperate now approve
그예 나를 떠났으매 나는 단지 절망적으로 반추할 뿐
Desire is death, which physic did except.
이성이 용납하지 않는 욕망은 곧 죽음일진저.
Past cure I am, now reason is past care,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이성은 치료를 포기했으니,
And frantic-mad with evermore unrest;
광기에 내몰린 나의 마음에는 잠시의 휴식조차도 없노라.
My thoughts and my discourse as madmen's are,
나의 사고와 나의 말은 미치광이의 그것이매,
At random from the truth vainly express'd;
진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하릴없이 헤매고 있느니.
For I have sworn thee fair and thought thee bright,
보라, 나는 그대가 올바르고 별빛처럼 투명하다 맹세하길 주저하지 않았은즉,
Who art as black as hell, as dark as night.
그러나 그대는 지옥보다 검고 한밤보다 어둡구나!
소네트 127~152편, 일명 '다크 레이디 편'에서 시인의 어조는 다시 한 번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앞서 청년에게 부쳤던 소네트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열정적이며 애정에 넘쳤던 데 비해 다크 레이디 편은 노골적으로 섹슈얼하고 (138편에서 lie를 이중적 의미로 사용한 시인의 솜씨를 보라) 음울하며 음습하며 어둡다. 시인은 다크 레이디의 불륜을 뻔히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커녕 단순히 '무시'하며 심지어는 얼마간 냉담한 체념을 보이는 한편으로 다크 레이디에게 깊이 매료된 나머지 부정한 그녀에게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한다. 시인의 정처없는 방황은 소네트 151편에서 그 자신의 가장 '고귀한 부분', 즉 영혼에 등진 이러한 관계를 더는 지속할 수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마침내 끝을 보고, 소네트 152편에서 독자는 그들의 인연이 종막을 맞는 순간의 목격자가 된다.
다크 레이디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그녀는 부정한 여인이고, 충실하지 않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속이고,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다. 시인은 그녀를 '희끄무레한 빛깔'(아마도 병적으로 창백한 피부였으리라)과 '한밤의 갈가마귀처럼' 새까만 머리채의 여인으로 그려냈고, 때문에 그녀는 후세에 <다크 레이디>로 알려졌다. <미청년>만큼이나 <다크 레이디>의 정체에 대해서도 온갖 억측이 난립한다. 엘리자베스 1세의 여관이었던 메리 피튼(Mary Fitton), 한때 엘리자베스 1세의 시녀였으며 매춘굴을 운영한 루시 모건(Lucy Morgan), 킬스턴 백작의 또다른 후원자였던 헌스던 경의 정부 에밀리아 라니에르(Emilia Lanier) 등 무수한 여인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현재는 그린하일랜드의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Lady Sinead Trybulant of Greenhighland)(?~1599년 4월 14일)라는 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레이디 시니드는 '전 유럽에서 가장 유혹적인 여자', '왕족과 귀족들의 창부', '흑발의 마녀'로 악명이 자자했던 당대 제일의 팜므파탈이다. 무수한 시인과 화가와 극작가들이 윤기 있는 흑발, 어두운 녹색의 눈동자, 창백한 얼굴과 비할 데 없는 요염함을 지닌 이 여인을 마음의 뮤즈로 삼고 그들의 재능을 기꺼이 바쳐 주옥같은 작품을 빚어냈다. 스스로도 예술적인 소양이 뛰어나고 박식하며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교양을 쌓았다고 전해지나, 정작 그녀의 출신지와 내력은 하나같이 베일에 싸여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1593년 레이디 시니드가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왔다는 사실뿐이다. 그 이전에 그녀가 어디서 무얼 했는지에 대해서는, 술탄이 총애하는 미희였다는 풍문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뜬소문과 억측의 범주를 넘지 못한다.
세간은 레이디 시니드의 품에 한 번 안긴 남자는 세상 모든 여자에 대한 흥미를 잃고 그녀의 노예로 전락한다고 수군거렸으며, 기록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세 명이 그녀에게 버림받고 절망에 빠져 자살했다. 마침내는 마술로 뭇 남자들을 홀린다는 혐의로 1599년 마녀재판에 회부되기에 이른다. 평소 몹시 병약했던 그녀는 첫 번째 심문 후 병석에 눕고 말았는데, 여러 번 연기된 끝에 두 번째 심문이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4월 14일 아침 침대에서 칼에 스물네 번 찔린 무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시신에는 심지어 능욕의 흔적마저 뚜렷했으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이 센세이셔널한 사건은 유럽 전역을 뒤흔들고 한동안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질투에 미친 자의 치정살인이라는 단순한 추측에서부터 마녀재판에서 레이디 시니드를 빼돌리고자 그녀의 무수한 정부(情夫) 중 하나였던 어느 유력한 왕족이 벌인 연극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온갖 낭설이 자자했으나, 어떠한 확증도 없는 이상 진실은 아마도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킬스턴 백작은 레이디 시니드가 살해당한 후 충실한 시종 엘리자베스와 더불어 칩거에 들어가 1608년 사망할 때까지 공석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 White Knight
흔히 백기사(White Knight)는 팔라딘, 즉 성기사(聖騎士)를 의미하지만, 소네트 속의 백기사는 세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미청년을 조롱하고 도발하여 오만 악덕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다크 레이디와 질펀한 정사를 벌이기도 하는, 백기사는커녕 오히려 지옥에서 올라온 심술궂은 악마 같은 이 사내는 누구인가. 갖은 설이 어지럽게 나도는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백기사의 경우 가장 강력한 후보에서 학자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한다. 바로 악명 높은 아이르기드 슬레인 경(Sir Airgead Slayin, 1564년 10월 10일~?)이다.
아일랜드의 3대 세습기사직 중 하나인 White Knight의 작위(9대)를 물려받은 슬레인 경은 당대의 기술과 드물게 남은 몇 안되는 초상화에 따르면 은발적안의 매우 특이한 외모였으며(아마도 알비노였으리라. 다만 보기 드문 색깔과는 상관없이 생김새 자체는 상당한 미형이었다), 아울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후려대는 절조없는 바람기와 신앙심 따위 엿먹으라는 식의 칠칠치 못한 생활태도로 인해 악마숭배자라는 비난을 사면서도 하등 개의치 않아 더욱 악명이 높았다. White Knight라는 그의 별명에는 작위와는 별개로 '보기에는 하얗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빈정거림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었던 듯하다. 특히 그와 레이디 시니드 사이의 추문은 장안에 모르는 자가 없다고 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스캔들이었다.
단 소네트 속에서 백기사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백작의 근엄하기 짝이 없는 성격을 고려하면 다소 놀라운 일이긴 하되, 슬레인 경과 킬스턴 백작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즉 백작이 평소 행실이 그다지 좋지 않은 친우를 모델로 소네트 속의 백기사를 창작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소네트가 시인의 실제 삶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 아닌 거의 순수한 픽션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여겨진다.
● 캐롤라인 K. 위어디언 교수(Professor Caroline K. Weirdian, 기버리쉬톡Giberrishtalk 대학교 중세영문학 연구소 'I Love My Willy' 소장)가 제시한 설
위어디언 교수는 2002년 대량으로 발견된 킬스턴 백작의 서한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미청년>의 정체는 6대 스프링윈드 공작(6th Duke of Springwind)의 장남인 시빌렌 테네그리티 자작(Viscount Sevilen Tenegrity, 1570년 8월 10일~1589년?)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그녀의 가설은 그때까지만 해도 제일 유망한 후보였던 헨리 리즐리를 제치고 학계 전반에서 상당한 지지를 끌어모았다.
테네그리티 자작은 어린 나이에 이미 수완이 비상하고 총명하며 놀라운 수준의 학식을 쌓아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으며, 특히 결벽하면서도 묘하게 고혹적인 느낌을 주는 미모로 유명했다. 다만 자작은 기록에 따르면 엄연한 흑발녹안이었으므로 Fair Youth(Fair=금발벽안)의 외견적 조건에서부터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랐으나, 위어디언 교수는 Fair를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매력적인'/'완전한'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킬스턴 백작이 자작 앞으로 보낸 편지는 무려 백 스물 두 통에 달하는데, 최초의 날짜는 1576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먹고 옷을 잘 여미고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시시콜콜한 잔소리에서부터 인생 선배로서의 엄격하되 애정이 넘치는 충고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여, 시인이 여섯 살 연하의 소년을 마치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개중 한 통은 여덟 장에 걸쳐 가정을 꾸리고 이끌어나가는 여인들의 미덕을 찬미한 후 자작에게 결혼의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있어 소네트 1~17편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작 자작 본인은 19세 되던 해 여행을 겸해 유럽으로 건너간지 3개월만에 영영 소식이 두절되었다. 부친 스프링윈드 공작이 필사적으로 찾아헤맸으나 베네치아에서 승선했던 배가 해적에게 습격을 받은 듯하다는 애매모호한 정보만을 입수했을 뿐 소년의 행방은 끝끝내 알 수 없어 많은 이들을 비탄에 빠뜨렸다. 때문에 테네그리티 자작 설(說)에 부정적인 학자들은 자작이 정말로 Fair Youth였다면 어째서 시인이 소네트에서 이 불행한 사건에 애도의 뜻을 전혀 표하지 않았는지를 의문시한다. 그에 대해 위어디언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실로 대담한 주장을 펼친다. 시빌렌 테네그리티 자작이야말로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의 정체라는 것이다.
테네그리티 자작이 행방불명된 해는 1589년,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가 영국으로 온 해는 앞에서 서술했다시피 1593년이므로 일단 시기적인 모순은 발생하지 않으나, 자작의 초상화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대부분 파기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는 왼쪽 옆모습을 그린 스케치에 가까운 단 한 점뿐이다. 한편 레이디 시니드의 경우 다수의 초상화가 남아 있기는 하되 무슨 까닭에서인지 현존하는 어느 그림에서도 왼쪽 얼굴을 볼 수 없다. 처음부터 오른쪽 옆얼굴만을 그리지 않으면 비스듬한 각도 혹은 정면상일 경우 예외없이 부채로 가린 모습을 보여준다. 왼쪽 눈 근처에 커다란 상처가 있다거나 심지어 얼굴 절반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 세기의 세월이 흘러 초상화에밖에 의지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객관적으로 두 인물의 외모를 비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겠다. 단 육안에 의지하여 무표정하게 오연한 소년과 색기어린 미소를 띤 여인을 살펴보자면,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되 양자(兩者)의 흑발과 녹색 눈, 하얀 얼굴과 전체적 윤곽선이 매우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한편 일군의 학자들은 최첨단 분석 프로그램을 동원한 결과, 불완전하게나마 골격과 귀의 형태가 상당한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스프링윈드 공작이 오랜 벗에게 보낸 편지 중에 <평판이 좋지 않은 그 여자(=레이디 시니드)가 죽은 내 아들과 닮았다고 수군거리는 천박한 자들>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구절이 보이는 바 당시에도 어느 정도 그러한 인식이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파격적이다 못해 과격하기 짝이 없는 설은, 당연한 결과로, 다수의 맹비난과 소수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시빌렌 테네그리티와 시니드 트리뷸런트가 한 사람이라면(양쪽 모두 이니셜이 S.T.이다!), 즉 Fair Youth와 Dark Lady를 별개의 인물이 아닌 동일 인물로 보고 텍스트를 해석해야 한다면, 자칫하면 대부분의 학자들은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판이므로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학계에서 폭넓은 동의를 구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문제의 가설을 염두에 두고 미청년과 다크 레이디의 불륜, 혹은 시인 내면의 격렬한 싸움을 읊은 소네트 144편을 재독할 경우 행간에 숨은 의미가 바로 180도 달라지고 만다. 시인이 사랑했던 고귀한 Fair Youth는 여지없이 타락하여 부정한 Dark Lady가 되었고, 백작은 그 기막힌 상황을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 소네트 144 -
Two loves I have of comfort and despair,
내게 두 사랑이 있으니 나를
Which like two spirits do suggest me still:
하나는 위안으로 감싸안고 하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넣는구나.
The better angel is a man right fair,
고귀한 천사는 아름다운 청년이요,
The worser spirit a woman colour'd ill.
사악한 영혼은 희끄무레한 빛깔의 여인이어라.
To win me soon to hell, my female evil
나를 지옥으로 기어이 떨구고야 말 내 부도덕한 여인이여,
Tempteth my better angel from my side,
고귀한 천사를 내게서 앗아가고,
And would corrupt my saint to be a devil,
성자를 타락시켜 악마로 만들며,
Wooing his purity with her foul pride.
그의 어두운 자긍심을 자극하여 순결한 혼을 유혹하노라.
And whether that my angel be turn'd fiend
나의 천사는 지고함을 잃고 추락하여 사탄이 되었던가?
Suspect I may, but not directly tell;
깊은 의심을 품되 차마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느니.
But being both from me, both to each friend,
두 사랑은 내게서 멀어져 서로의 품안에 뛰어들었다.
I guess one angel in another's hell:
아마도 한쪽의 천사는 상대편의 지옥에 있으리라.
Yet this shall I ne'er know, but live in doubt,
그러나 나는 결코 알지 못하며 의혹 속에서 삶을 지속하리.
Till my bad angel fire my good one out.
나의 부정한 천사가 나의 선량한 영혼을 전소시킬 때까지.
Two loves I have of comfort and despair,
내게 두 사랑이 있으니 나를
Which like two spirits do suggest me still:
하나는 위안으로 감싸안고 하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넣는구나.
The better angel is a man right fair,
고귀한 천사는 아름다운 청년이요,
The worser spirit a woman colour'd ill.
사악한 영혼은 희끄무레한 빛깔의 여인이어라.
To win me soon to hell, my female evil
나를 지옥으로 기어이 떨구고야 말 내 부도덕한 여인이여,
Tempteth my better angel from my side,
고귀한 천사를 내게서 앗아가고,
And would corrupt my saint to be a devil,
성자를 타락시켜 악마로 만들며,
Wooing his purity with her foul pride.
그의 어두운 자긍심을 자극하여 순결한 혼을 유혹하노라.
And whether that my angel be turn'd fiend
나의 천사는 지고함을 잃고 추락하여 사탄이 되었던가?
Suspect I may, but not directly tell;
깊은 의심을 품되 차마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느니.
But being both from me, both to each friend,
두 사랑은 내게서 멀어져 서로의 품안에 뛰어들었다.
I guess one angel in another's hell:
아마도 한쪽의 천사는 상대편의 지옥에 있으리라.
Yet this shall I ne'er know, but live in doubt,
그러나 나는 결코 알지 못하며 의혹 속에서 삶을 지속하리.
Till my bad angel fire my good one out.
나의 부정한 천사가 나의 선량한 영혼을 전소시킬 때까지.
진상은 어떠한가. 위어디언 교수의 주장은 과연 사실인가? 만일 그렇다면 공백의 4년 동안 대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레이디 시니드가 실상 '남자'였다면 적어도 마녀재판에 회부될 이유로도 살해동기로도 충분한 셈이지만, 현재로서는 단서가 너무나 빈약하여 더 이상의 추론은 불가능하다. 다만 테네그리티 자작은 베네치아 인근에서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상인의 손에 넘어가 터키로 팔려갔고, 스스로의 기지로 4년만에 유럽으로 돌아오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영국에 있는 누군가, 아마도 상당한 유력자가 배후에서 납치극을 조종했던 까닭에 본래의 신분 대신 레이디 시니드 트리뷸런트를 가장하고 보복의 기회를 엿보아야만 했다……는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레이디 시니드는 슬레인 경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문진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갈겼고, 슬레인 경은 레이디 시니드를 우격다짐으로 침실에 끌고 들어갔다고 한다. 슬레인 경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을까?
우리는 모른다. 아마도 진실은 시인과 그의 Fair Youth, 그리고 Dark Lady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패닉에 빠졌다.
잘 못 했 어 요 셰 선 생 님
Nightwish의 She Is My Sin(제목 죽이고;)을 무한반복으로 틀어대며 영문학도변태 비아이 님이 얼싸 좋다 부채질하며 종용하신다고 되는 대로 써내려갔더니 이 지경이 됐습니다. 대체 누구야 프랑스 귀족여인 복장에나 만족할 일이지 바드 영감 소네트에 The Dark Lady가 등장한다는 걸 기억해내고 기왕 하는 김에 그걸 점프남캐 주제에 광년이 뽀오쓰 뿜어대는 망할 놈에게 대입하면 졸 재미있겠다는 미친 발상을 내놓은 바보천치멍텅구리는! 넙니다 너.
영문학도도 아닌 내가 르네상스 영어를 제대로 알아볼 리는 당연히 없고, 현대영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을 참조하여 곰발로 개발새발 해석한 결과니 믿으시면 골룸하고요, 치명적인 오역 외의 지적은 절대 안 받습니다. 내가 슬프단 말입니다!
이하 변명을 겸한 주석(!?).
(주 1) 우리의 인도와도 안 바꿔먹는다는 시인을 킬스턴 백작으로, The Rival Poet(경쟁자 시인)을 White Knight로 슬쩍 교체하고 족보에도 없는 놈들을 몇 우겨넣은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사실 그대로입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잠은 여자와 자고 사랑가는 남자에게 주구장창 불러대는 벼락맞을 짓거리가 보편적이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농담 아니라니까! 이 오빨 못 믿는 거요! 섬나라 새끼들은 진짜 이상한 놈들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작문이냐?
실제로 소네트 20편을 두고 학자들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이 논쟁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엔 남자가 동성 친구한테 하악거리는 건 보편적이었거든 새퀴야 VS 아놔 나도 그건 아는데 니 병딱같은 눈깔에는 저게 정신적으로 보이니 전적으로 육체적이잖아 병시나>. 이것도 너무 기니 걍 머리 떼고 꼬리 떼고 심플하게 핵심만 남기면 요렇게 됩니다. 잤을까 안 잤을까. 참을 수 없이 하찮다.
솔직히 계급장 다 떼고 까놓고 얘기해 봅시다. master-mistress of my passion 어쩌고 하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남발해댄 주제에 (일웹의 모 왜놈은 이 구절을 무진장 과격하게 의역하면 '나를 홀리는 남자 창부'라 해도 된다고 우겨대고 있는데 문제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거다....) 이제 와서 플라토닉 러브라고 우겨대봤자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고 귀신 씨나락이 김밥 옆구리 터뜨리는 소리지 뭐겠는가. 저게 정신적이라면 정신적 관계는 '진도 다 빼고 삽입만 안 한 사이'로 재정의해야 한다. '온전히 소유할 수 없음이다' 이퀄 '못 넣었다ㅠㅠ'로 보이는 놈이 나 하나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뭐 임마?
이게 다 삽입만이 섹스의 전부라고 여기는 파시스트들 때문이다. 퉷.
(주 2) 중세 유럽에서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은 전통적으로 악녀의 상징이었다. 젊은 여자 죽이면서 좋아하는 장르(...)인 살인극 발라드murder ballad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두 자매(The Twa Sisters. 오타 아님;)의 경우에도, 판본이 수십 가지이긴 하지만 흔히 살해당하는 막내는 금발과 푸른 눈의 Fair고 남자 때문에 동생을 물 속에 처박은 언니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구글에서 The Dark Lady로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들이 쏟아져나오고요. 너무 오래 묵혀서 출처는 완벽하게 까먹었다. 아래의 일러스트를 보면 The Dark Lady에 대한 서양의 일반적인 인식 내지는 통념이 어떤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터이다.
아놔.. 어떤 서른 줄 쳐먹은 사내자식의 등짝이 보이는데 내 눈은 이미 삐었나 봐요... 소프, 나 진짜 고장났나 봐. 아니 안 고쳐도 돼.
(주 3) Cinnamon은 桂皮나무, Poet Laureate는 桂冠詩人. 케네스(Kenneth)는 Handsome(......)을 의미하는 스코틀랜드 이름이고, 킬스턴은 당연히 Kill+Stern(완고한, 고집센). 1564년은 실제 셰익스피어가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해, 5월 26일은 카츠라 코고로=키도 다카요시의 사망일자. 키도 다카요시는 향년 44세. 블랙애더(Blackadder) 2시즌의 배경이 엘리자베스 시대인 거야 뭐 그냥 애교로 봐주시고요;
여담인데 일본장기의 桂馬는 보통 체스에 빗대어 Knight로 번역된다고 한다... 이거시 하늘의 싱크로? ;; 더더욱 여담이지만 다카스기 신사쿠가 시모노세키 전쟁에게 개깨진 죠슈를 대표하는 강화사절(이라 쓰고 항복사절이라 읽는다;) 자격으로 율리어러스호를 찾았을 때 써먹었던 이름이 시시도 교마(宍戸刑馬)였는데 이게 桂馬(케이마)를 그대로 쓰면 장난질이 너무 대놓고 빤한지라 신사쿠로서도 좀 민망해서 살짝 수정한 결과라던가 어쨌다던가... 오 사람의 아들이여 여기 뻘짓에 목숨 건 애새끼가 있나이다;
(주 4) 시니드는 켄 로치 옹의 말아쳐먹을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본 사람이라면 벌써 재까닥 캐치하셨겠지만, 아일랜드 이름이다. 뜻은 God is Gracious. 신의 은총. 신은 자비로우십니다. 정작 여기 관리인은 발음과 철자에 주목했지만. SINead. 트리뷸런트는 Tribulation(고난, 시련)과 Tyrant(독재자)를 적당히 뒤섞었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녹색(Green)은 중세 영국에서 성적인 암시 내지는 창녀의 색이었다. 하일랜드(Highland)는... 말할 필요가 있나요. 高原이잖아.
4월 14일은 다카스기 신사쿠의 사망일(음력).
(주 5) 이건 좀 자부심을 갖고 회심작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르기드(Airgead)는 게일어로 은(銀)이거든요! 슬레인은 철자 보면 단박에 알겠지만 Slay(살해하다)를 살짝 비튼 것. White Knight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PIFAN 상영 당시 신역 베니자쿠라편의 영문 자막에서 '백야차'를 저렇게 번역하는 캐만행을 저질렀다(...). 3년간 배 잡고 비웃을 거리를 제공해줘서 감사합니다 번역자 여러분. 당시 양이전쟁에서 그놈의 위치를 고려해봤을 때 아주 틀린 번역도 아니라는 게 제일 문제지만;
그리고 아일랜드 3대 세습기사직에는 정말로 White Knight가 포함됩니다. 실제로는 피츠기번(Fitzgibbon) 가문의 세습작위로, 1608년 10대를 마지막으로 대가 끊겼다. 나머지 둘은 글린의 기사(Knight of Glin)라고도 하는 Black Knight와 케리의 기사(Knight of Kerry)로 불리는 Green Knight. 뭐라고요? ;;;
(주 6) 실은 여기 관리인이 영어학원 다니던 풋내기 시절에 주로 쓴 이름이 캐롤라인이다(....). 위어디언은 당연히 Weird고, 기버리쉬톡은 숙어 talk giberrish(헛소리를 주절주절 늘어놓다)를 뒤집은 결과. I Love My Willy는... 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를 참조하시길.
(주 7) 스프링윈드=Springwind=春風. 다카스기 신사쿠의 휘가 하루카제다(....). 시빌렌(Sevilen)은 터키어로 Beloved(사랑받는 이)라는 의미. SevIleN이기도 하고. 테네그리티(Tenegrity)는 Tenacious(끈질긴)+Integrity(고결함, 무결성). 킬스턴 백작;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이유는 실제의 카츠라 씨와 신사쿠가 여섯 살 차이였기 때문.
아 거 내가 제정신 아닌 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가만히들 좀 있으쇼(.....)
Nightwish의 She Is My Sin(제목 죽이고;)을 무한반복으로 틀어대며 영문학도
영문학도도 아닌 내가 르네상스 영어를 제대로 알아볼 리는 당연히 없고, 현대영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을 참조하여 곰발로 개발새발 해석한 결과니 믿으시면 골룸하고요, 치명적인 오역 외의 지적은 절대 안 받습니다. 내가 슬프단 말입니다!
이하 변명을 겸한 주석(!?).
(주 1) 우리의 인도와도 안 바꿔먹는다는 시인을 킬스턴 백작으로, The Rival Poet(경쟁자 시인)을 White Knight로 슬쩍 교체하고 족보에도 없는 놈들을 몇 우겨넣은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사실 그대로입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잠은 여자와 자고 사랑가는 남자에게 주구장창 불러대는 벼락맞을 짓거리가 보편적이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농담 아니라니까! 이 오빨 못 믿는 거요! 섬나라 새끼들은 진짜 이상한 놈들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작문이냐?
실제로 소네트 20편을 두고 학자들이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이 논쟁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엔 남자가 동성 친구한테 하악거리는 건 보편적이었거든 새퀴야 VS 아놔 나도 그건 아는데 니 병딱같은 눈깔에는 저게 정신적으로 보이니 전적으로 육체적이잖아 병시나>. 이것도 너무 기니 걍 머리 떼고 꼬리 떼고 심플하게 핵심만 남기면 요렇게 됩니다. 잤을까 안 잤을까. 참을 수 없이 하찮다.
솔직히 계급장 다 떼고 까놓고 얘기해 봅시다. master-mistress of my passion 어쩌고 하는 무시무시한 표현을 남발해댄 주제에 (일웹의 모 왜놈은 이 구절을 무진장 과격하게 의역하면 '나를 홀리는 남자 창부'라 해도 된다고 우겨대고 있는데 문제는....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거다....) 이제 와서 플라토닉 러브라고 우겨대봤자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고 귀신 씨나락이 김밥 옆구리 터뜨리는 소리지 뭐겠는가. 저게 정신적이라면 정신적 관계는 '진도 다 빼고 삽입만 안 한 사이'로 재정의해야 한다. '온전히 소유할 수 없음이다' 이퀄 '못 넣었다ㅠㅠ'로 보이는 놈이 나 하나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뭐 임마?
이게 다 삽입만이 섹스의 전부라고 여기는 파시스트들 때문이다. 퉷.
(주 2) 중세 유럽에서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은 전통적으로 악녀의 상징이었다. 젊은 여자 죽이면서 좋아하는 장르(...)인 살인극 발라드murder ballad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두 자매(The Twa Sisters. 오타 아님;)의 경우에도, 판본이 수십 가지이긴 하지만 흔히 살해당하는 막내는 금발과 푸른 눈의 Fair고 남자 때문에 동생을 물 속에 처박은 언니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구글에서 The Dark Lady로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들이 쏟아져나오고요. 너무 오래 묵혀서 출처는 완벽하게 까먹었다. 아래의 일러스트를 보면 The Dark Lady에 대한 서양의 일반적인 인식 내지는 통념이 어떤지 쉽사리 짐작할 수 있을 터이다.
부, 분위기 죽이고
아놔.. 어떤 서른 줄 쳐먹은 사내자식의 등짝이 보이는데 내 눈은 이미 삐었나 봐요... 소프, 나 진짜 고장났나 봐. 아니 안 고쳐도 돼.
(주 3) Cinnamon은 桂皮나무, Poet Laureate는 桂冠詩人. 케네스(Kenneth)는 Handsome(......)을 의미하는 스코틀랜드 이름이고, 킬스턴은 당연히 Kill+Stern(완고한, 고집센). 1564년은 실제 셰익스피어가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해, 5월 26일은 카츠라 코고로=키도 다카요시의 사망일자. 키도 다카요시는 향년 44세. 블랙애더(Blackadder) 2시즌의 배경이 엘리자베스 시대인 거야 뭐 그냥 애교로 봐주시고요;
여담인데 일본장기의 桂馬는 보통 체스에 빗대어 Knight로 번역된다고 한다... 이거시 하늘의 싱크로? ;; 더더욱 여담이지만 다카스기 신사쿠가 시모노세키 전쟁에게 개깨진 죠슈를 대표하는 강화사절(이라 쓰고 항복사절이라 읽는다;) 자격으로 율리어러스호를 찾았을 때 써먹었던 이름이 시시도 교마(宍戸刑馬)였는데 이게 桂馬(케이마)를 그대로 쓰면 장난질이 너무 대놓고 빤한지라 신사쿠로서도 좀 민망해서 살짝 수정한 결과라던가 어쨌다던가... 오 사람의 아들이여 여기 뻘짓에 목숨 건 애새끼가 있나이다;
(주 4) 시니드는 켄 로치 옹의 말아쳐먹을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본 사람이라면 벌써 재까닥 캐치하셨겠지만, 아일랜드 이름이다. 뜻은 God is Gracious. 신의 은총. 신은 자비로우십니다. 정작 여기 관리인은 발음과 철자에 주목했지만. SINead. 트리뷸런트는 Tribulation(고난, 시련)과 Tyrant(독재자)를 적당히 뒤섞었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녹색(Green)은 중세 영국에서 성적인 암시 내지는 창녀의 색이었다. 하일랜드(Highland)는... 말할 필요가 있나요. 高原이잖아.
4월 14일은 다카스기 신사쿠의 사망일(음력).
(주 5) 이건 좀 자부심을 갖고 회심작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르기드(Airgead)는 게일어로 은(銀)이거든요! 슬레인은 철자 보면 단박에 알겠지만 Slay(살해하다)를 살짝 비튼 것. White Knight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PIFAN 상영 당시 신역 베니자쿠라편의 영문 자막에서 '백야차'를 저렇게 번역하는 캐만행을 저질렀다(...). 3년간 배 잡고 비웃을 거리를 제공해줘서 감사합니다 번역자 여러분. 당시 양이전쟁에서 그놈의 위치를 고려해봤을 때 아주 틀린 번역도 아니라는 게 제일 문제지만;
그리고 아일랜드 3대 세습기사직에는 정말로 White Knight가 포함됩니다. 실제로는 피츠기번(Fitzgibbon) 가문의 세습작위로, 1608년 10대를 마지막으로 대가 끊겼다. 나머지 둘은 글린의 기사(Knight of Glin)라고도 하는 Black Knight와 케리의 기사(Knight of Kerry)로 불리는 Green Knight. 뭐라고요? ;;;
(주 6) 실은 여기 관리인이 영어학원 다니던 풋내기 시절에 주로 쓴 이름이 캐롤라인이다(....). 위어디언은 당연히 Weird고, 기버리쉬톡은 숙어 talk giberrish(헛소리를 주절주절 늘어놓다)를 뒤집은 결과. I Love My Willy는... The Complete Works of William Shakespeare를 참조하시길.
(주 7) 스프링윈드=Springwind=春風. 다카스기 신사쿠의 휘가 하루카제다(....). 시빌렌(Sevilen)은 터키어로 Beloved(사랑받는 이)라는 의미. SevIleN이기도 하고. 테네그리티(Tenegrity)는 Tenacious(끈질긴)+Integrity(고결함, 무결성). 킬스턴 백작;과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이유는 실제의 카츠라 씨와 신사쿠가 여섯 살 차이였기 때문.
아 거 내가 제정신 아닌 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가만히들 좀 있으쇼(.....)